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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기


다시 수련을 시작하며

작성자
kichunadm
작성일
2014-06-25 17:15
조회
3338

다시 수련을 시작하며



강  헌 도반



기천 수련을 처음 시작한 지가 언제였던가... 옛 기억을 더듬어본다. 10년도 더 된 것 같다.

우연한 기회에 후배의 소개로 호기심에서 한번 찾아가서 처음 수련을 하게 되었다. 첫 수련을 마치고 느낌이 왔다. ‘이 수련 계속하면 사람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수련한 것 같다. 그나마 두 달 정도 하다가 시험공부에 전념한답시고 수련을 중단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행시 2차 시험에 실패하고, 이듬해 1차 시험도 망쳐버렸다. 몸도 마음도 급속도로 피폐해져 갔다. 의욕상실은 차치하고 체력이 형편없이 떨어져, 1시간을 책상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40분 정도 공부하면 지쳐서 20분 정도는 누워서 쉬어야 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도장을 찾아갔다. 순전히 몸을 회복하기 위함이다. 매일 도장에 나와 수련을 하자 빠른 속도로 체력이 회복되었다. 마음도 다시 밝아졌다. 그렇게 한두 달 정도 수련을 하다 기천에 대해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바로 기천 활명!

사실 활명 2기 수강신청을 할까 말까 많이 망설이고 고민했다. 무엇보다 활명반은 수업 전에 내가신장을 1시간씩 서야 한다는 사실. 그때 나는 내가신장을 정자세로 겨우 5분정도 서는 실력이었다. 어떻게 1시간을 선다는 말인가? 불가능이지? 그래, 불가능이야. 하지 말자. 그런데 한번 배워보고 싶기는 하고...

사부님께 한번 여쭤보았다. “사부님, 제가 내가신장 겨우 5분 서는데요, 활명반 들을 수 있을까요? 내가신장을 한 시간 서야 한다는데요.” 그 때 사부님께서는 빙긋이 웃으시면서 “일단 하면 다 하게 돼.”하시는 것이다. 나는 적이 안심이 되었다. 그래, 어떻게 되겠지...하고 수강신청을 했다.  그런데 어떻게 되겠지 가 아니었다. 활명 수업 첫날 내가신장을 서는데 5분 지나고 10분 지나자 견디기 힘든 고통이 찾아왔다. 견디다 못해 자세 높여서 조금 쉬다가 다시 자세 낮춰서 서다가, 도저히 못 견디겠으면 다시 자세 높여서 쉬다가 다시 자세 낮췄다가... 이렇게 1시간을 내가신장을 섰다기 보다 서는 척 하면서 버텼다.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내가신장을 계속 서는 다른 수련생들을 보면 속으로 감탄하면서 신기해했다. 활명 수업을 들으며 나는 기천에 대해, 인간에 대해, 세상에 대해 새롭게 눈뜨게 되었다. 기천은, 인간은, 세상은,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고, 오묘했다.

이후 수련에 재미가 붙어서 비교적 꾸준히 도장에 나왔다. 이런 생활이 계속 이어졌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어느 때부턴가 고시공부에 전념한답시고 수련을 게을리 하였고, 결국 시험도 실패하고, 집으로 들어가 취직공부 하면서 수련의 길과 더욱 멀어졌다.

이후 취직을 해서 사회생활 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또 개인적으로 조금 힘든 상황을 겪으면서 현실에 치이다 보니 수련과 더욱 멀어지게 되었다. 실은, 내가 게으르고 못난 탓이다.

이렇게 수련과 멀게 지낸 지 10여년...

어느 순간부터 수련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 몸이 망가진 게 가장 큰 이유고 나이 먹고 늦게나마 철이 든 게 근본적인 이유다. 도장에 나가 수련을 할 생각을 하자 두려움이 슬며시 찾아왔다. 지금보다 젊고 몸도 좋은 시절에도 힘든 수련을 버티지 못해 고통스러워 했는데 과연 이 몸 상태로 수련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도장 갈까? 말까? 갈까... 말까... 에이 어떻게 되겠지. 정 힘들면 요령 피우면서 하지 뭐...

2013년 11월에 다시 도장에 나가 수련을 시작했다. 오랜 기간 쉬다가 다시 수련을 하려니 힘든 것은 당연한 사실. 근데 문제는 힘들어도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그 만큼 몸이 편한 생활에 익숙해져 버렸다는 증거. 모든 동작을 정자세를 취하기가 어려웠다. 수련을 마치면 휴우~하고 한숨이 나왔다.

삼일 정도 됐을까... 내가신장을 서면서 힘들어서 평상시와 같이(^^) 자세를 높여가면서 요령 피우는데 범사님이 자꾸 자세를 낮추란다. ‘에구, 좀 편하게 좀 서고 싶은데...’ 하면서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자세를 낮추면 너무 힘들어서 1분도 못 버티고 자세를 높이게 된다.

범사님의 일갈이 떨어진다. “편하게 수련하려 하지 마세요.” 속으로 찔끔했다.

1주일이 지났다. 처음에는 일주일 정도 수련하면 몸이 풀려 수련이 크게 힘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여전히 수련은 너무 힘들었다. 어느 날인가 그날 수련은 유난히 힘들었다. 힘들어서 요령 피우면 범사님은 자꾸 자세 낮추라 하고... 내가신장을 서면서 너무 고통스러웠다. ‘아, 미치겠다. 도장 괜히 나왔네. 내일부터 도장 나오지 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도장 나오지 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련을 해야 제대로 한 겁니다.” 범사님의 한마디에 심장이 덜컥했다. ‘기천수련 많이 하면 독심술도 생기나?’ 나중에 사부님께 한번 여쭤봐야겠다.

수련 새로 시작한 지 2주째. 당일 수련 마치고 도장 청소하고 좀 쉬다가 옷 갈아입기 전에 단배공 수련을 조금 더 해보고 싶었다. 손을 모으고 서서 팔을 수평으로 올리기 전에 손에 기를 모아보았다. 수련 좀 해보신 분들은 다 알겠지만 손에 기를 모아 팔을 올리면 아주 자연스럽게 팔이 올라간다. 손에 기감이 조금 느껴졌다. 팔을 올려보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올라가진 않지만 예전에 활명 마치고 꾸준히 수련할 때의 5분의1 정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휴~~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몸이 아주 망가진 건 아니구나... 하면 되겠구나...

오랜 기간 나 자신을 방치하고 있다가 다시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솔직히 열성적으로, 열심히 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대양진인의 가르침대로 앞으로는 꾸준히 하리라 다짐해본다.

“수행을 함에 먼 산 오르듯이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