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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

무엇을 얻으려거든 마음을 주어라. 마음으로 통하면 우주를 얻는다.
넘치면 흘러 폭포가 되니 자연의 도법으로 가거라.


>홍익인간>수련기


수련기


자 발 공

작성자
kichunadm
작성일
2014-06-25 17:22
조회
2459

자  발  공



이서원 노무사



기천과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11년이 지났다. 2002년 여름, 당시 나는 비교적 건강하고 별로 아픈 데 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목을 돌리지 못하는 이상증세를 겪게 되었고 한의원, 정형외과 등의 병원을 다니고 약도 지어 먹으며 치료를 받았으나 차도가 전혀 없었다. 아프기 몇 달 전 우연히 동문선배님으로부터 기천문에서 수련을 하고 있는데 정말 좋더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고, 나는 도저히 생활 자체를 못할 지경에 이르자 그 말을 떠올리고 불쑥 기천문 도장을 찾아가게 되었다.

처음 수련장에 갔을 때의 그 진지함과 땀방울들은 아직도 생생하다. 조용한 명상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수련생들 모두 다리를 부들부들 떨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끝까지 사부님의 지도에 따라 수련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수련시간을 몰라서 수련도중에 방문을 하였던 나는 삼사십분 정도를 기다린 끝에 수련을 마친 사부님과 수련생들이 둘러앉아 담소와 차를 나누는 자리에 낄 수 있었다.

“제가 목이 안 돌아가서 죽을 것 같습니다. 이 수련을 하면 나을 수 있을까요?”

나의 질문은 당연히 그것이었다. 아프니까, 나을 수 있는 건지. 사부님은 열심히 하면 당연히 나을 수 있다고 하시면서 허허 웃으신다.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그 후에도 아플 때마다 항상 해 주시던 말씀이다.

“열심히 수련하면 낫는다.”

사부님의 말씀처럼,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열심히 따라 했고, 3일만에 정말 ‘자발공’이 찾아오면서 어깨가 풀리기 시작했다. 침치료, 물리치료, 약치료를 해도 전혀 호전이 없던 것이 수련 3일만에, 그것도 누가 손을 대서가 아니라 내 몸이 혼자서, 알아서 치료를 하는 것이다! 참 순수한 기쁨을 맛보았던 순간이다. 그 후 수많은 자발공과 자가치료를 경험하였으나, 그때처럼 벅찬 감동을 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몸이 혼자서 스스로 치료를 한다니!

내 몸이 혼자서 치료를 하였던 그 감동이 채 식기도 전에 나는 새로운 직장을 다니게 되었고, 자정이 다 되어서야 퇴근하는 바쁜 생활을 하면서 수련장을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추석명절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밤늦게 퇴근한 나는 옷을 갈아입을 힘도 없이 잠이 들었고, 다음날 새벽 일찍 고향에 내려가기 위하여 일어나 세수를 하면서, 눈이 감기지 않아 비눗물이 눈에 들어가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정신을 차리고 고속버스에 오른 후에야, 아 이것이 말로만 들었던 ‘구안와사’로구나, 착잡한 마음을 안고 고향집 엄마를 만나게 되었다. 며칠 동안은 눈도 안 감기고 음식을 입에 넣으면 흘러내리고 입은 비뚤어져서 흉하게 변해버린 채 생활을 해야 했다. 고된 업무와 부족한 수면에다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창문을 열어놓은 채 온기 하나 없는 차가운 방바닥에 엎드려 자는 바람에, 서른 두 살 젊은 여자에게 찾아온 날벼락 같은 병이었다.

명절이 지나고 직장에 복귀한 나는 구안와사를 고쳐야겠다는 일념으로 산적한 업무를 뒤로 하고 저녁 여섯시면 퇴근을 하여 수련장으로 다시 돌아왔고 여러 날 동안을 수련에 정진한 끝에 병원에서도 못 고친 구안와사를 물리칠 수 있게 되었다. 사부님의 지도아래 열심히 수련하면서 사기(邪氣)를 빼는 자발공이 수없이 반복되었고 나는 어느 샌가 다시 정상이 될 수 있었고, 기천문의 수련이 몸을 살리는 ‘활명(活命)’임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

그 후 사부님께서 지도하시던 활명법도 배우면서 정말 열심히 수련하였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수련한 기간이 채 1년이 되지 않는 것 같다. 몸이 아프고 나니 어떻게든 나으려고 열심히 수련을 하였으나, 몸이 건강해지니 다시 나태해지고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수련장을 안 나오고, 그러다가 자격증시험에 도전을 하게 되어 직장을 그만두고 8개월 동안 수험생활을 하게 되었다. 수험기간 동안 지치고 힘들 때마다 수련장을 찾아가 수련을 하였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기천에 의지하면서 힘든 가운데 좋은 결실을 맺게 되었다.

2005년도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인천으로 이사를 오게 된 나는, 그야말로 하루하루를 정신 없이 바쁘게 지내게 되었는데, 수련을 안 하고 일만 하는 세월이 9년 동안 지속되었고, 당연한 결과로서 지금은 걸핏하면 여기저기가 아프고 고장 나고 삐그덕거리는 상태가 되었다. 아프면 찾는 엄마처럼, 그 동안 아프면 신림동 기천문을 찾아가서 살기 위해 수련을 하고, 살려달라고 사부님께 울며 매달렸다. 그런데 사부님은 항상 같은 말씀만 하신다. 수련을 하면 낫는다고. 나는 그 말씀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죽을 것 같던 고통과 두려움을 얼마나 많이 맛보았던가. 그때마다 나를 살린 것은 병원도, 한의원도, 약도 아니었다. 나를 살린 것은 기천 수련이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몸에 밴 게으름은 당장의 아픔만 조금 사라지면 금새 또 편한 것만 생각하고, 몸은 점점 망가져가고 마음도 덩달아 거칠어져만 가고 있다.

수련기를 제안 받고 창피한 생각에 쓰지 않으려 했으나, 10여년 기천과의 인연을 돌아보고 길을 잃고 방향을 못 찾는 내 자신을 다시 한번 추스르고자 용기를 내어 보기로 했다. 기천은 나를 살릴 활명임을, 수련을 해야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 지금의 나는 누구보다 수련이 절실한 사람이다.

비바람 몰아치는 초겨울 이 아침, 2013년이 다 가기 전에, 생각만 하지 말고, 마음만 먹지 말고, 그냥 몸으로 하자고, 그냥 몸으로 내가신장 한번만 하면 된다고, 어려울 것 없다고, 다그치지 말고 게을러도 좋으니 조금씩이라도 몸으로 수련하자고! 다시한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