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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인간

무엇을 얻으려거든 마음을 주어라. 마음으로 통하면 우주를 얻는다.
넘치면 흘러 폭포가 되니 자연의 도법으로 가거라.


>홍익인간>수련기


수련기


100일 수련

작성자
kichunadm
작성일
2014-06-25 17:19
조회
3603
김재영 수련인

1. 선도수련을 시작하게 되다

20대 초반에 군 제대 후 잠시 절에 머물면서 화두참선을 하던 중에 상기가 되고 원주스님으로부터 여기서는 치료할 수 없으니 내려가서 단전호흡단체를 찾아보라는 말씀을 듣고 산을 내려와 A 단체에서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다. A 단체에서의 수련으로는 상기증상이 치료가 되지 않아서 이제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한당선생의 석문호흡법이란 책을 접하고서 그날 바로 집에서 가까운 도화재 수련원을 방문하고 석문호흡을 수련했다.

2. 석문호흡 수련

수련 첫 날에 동그랗게 오려낸 작은 파스를 석문혈 자리에 붙이고 북선법 행공과 와식수련을 시작했다. 6개월 가량 수련했을 때는 위로 떴던 기운이 가라앉았고, 폭음과 흡연으로 무너졌던 건강도 많이 회복되었다.

그 당시 전국의 도화재 실무진들이 서울에서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가졌었는데 어느날 실무진 모임 후에 내가 다니던 지원 수자와 사범이 기천수련을 하셨다던 분께 내가신장이라는 자세를 배워 와서 선을 보여주었다. 내가신장에 대한 첫 인상은 낯설었다. 산중에서 비전되어 온 전통무술이라면 폼도 나고 멋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신장은 폼과 멋과는 거리가 멀었다. 기천문이라는 한국전통무술이 산중에서 면면이 이어져 내려왔고, 단전공부법이 있다는 것과 매우 힘든 수련법이며 박대양 진인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을 이 때 처음 알게 되었다.

무술을 꽤나 했던 지원 사범들까지 내가신장을 서는 게 힘들다고 하니 그 수련법이 궁금해졌다. 나중에 수련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3. 기천수련을 시작하다

수험생활을 하면서 신림동 기천도장을 몇 번 지나쳤으나 건강이 많이 무너지고서야 도장을 찾게 되었다. 범사로부터 내가신장 등을 처음 배웠는데 한동안 어색하고 풀어버리고만 싶은 역근에 언제쯤 익숙해질려나 고민스러웠고 육합을 하면서는 마치 중국무술에만 있는 줄 알았던 자세들에 신기해하기도 했다.

소가 밭을 갈 듯이 수련하는 밭갈이, 처음 잡아본 목검 등… 수련은 재미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기운은 모이는 듯 마는 듯 했고 이 수련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2011년 11월에 현재 신림도장 범사로부터 내가신장 3식을 배우게 되었는데, 처음 3식을 5분 서면서 느꼈던 고통은 태어나서 처음 겪는 엄청난 것이었다.

이때 기천수련을 때려 쳐야겠다고 생각했었다.(그러나,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기천수련을 하고 있다.)이후에 3식 30분 서기를 했는데 서고 나서는 무릎이 너무 아파서 한동안 누워있어야 했다. 두 달쯤 지나면서 무릎 통증은 사라졌다.

4. 100일 수련

2011년 12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낮에는 범사와 함께 도장에서 수련하고 밤에는 관악산에서 혼자서 수련을 하였다. 겨울 밤에 산을 오를 때는 겁도 나고(귀신 나올까 무서웠다.) 춥기도 했는데 일주일 가량 지나고 나니 수련터가 차츰 익숙한 공간이 되었고 수련하다 보면 어느새 몸은 땀으로 젖어 추위를 잊게 되었다. 수련터가 익숙해지고 나서는 밤에 산을 오르는 것도 좀 더 편해졌다. 2012년 4월 30일부터 묵언과 더불어 내가신장 3식을 매일 1시간씩 100일 간 수련하였는데 100일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버텨 내야 할 텐데 중간에 포기하면 어떡하나 고민도 앞섰다. 하지만 목표했던 100일이 눈앞에 다가오면서는 수련에 집중해야겠다는 마음이 더 커지게 되었고 100일 수련기간이 끝나고서는 성취감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나의 경우는 몸에 힘을 빼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100일 수련을 통해서 내 몸에 불필요하게 힘을 많이 넣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불필요한 힘을 빼고 편안하게 수련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여전히 힘을 빼는 건 쉽지가 않다. 100일 수련하는 동안 저의 묵언을 편하게 받아들여주셨던 안선생님, 유선생님, 준서, 상현에게 감사 드립니다.

5. 맺음말

기천수련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2년이 지난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몇 가지 변화가 있다.

첫 번째는 내 몸이 건강해진 것이고 두 번째는 나 스스로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 더 편안해진 것이다. 수련과정은 고되었지만 변화는 봄바람 불 듯 부드럽게 일어났다.

요즘에는 수련 전에 몸이 지치고 마음이 복잡하더라도 수련 후에는 몸에 활력이 생기고 마음이 많이 정리가 되고 차분해 지는 것을 느끼곤 한다.

가끔 이런 생각(의문이자 바람이기도 하다)을 할 때가 있다.

‘힘든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때가 오겠지?’